"자동차 경주를 하는데, 헬멧과 안전복, 안전벨트가 없다면 어떤 선수가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사고가 나도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야 선수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자마자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라고 생각했다.
선수가 자차를 갖고 스스로의 힘만으로 경주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피고용의 관계가 얽혀있다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지 말지를 선택권으로 준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음식이 풍족한데 누가 자발적으로 사냥을 하려고 하겠나. 배부른 맹수보단 굶주린 맹수가 사냥에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하물며 인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헬멧과 안전복, 안전벨트 같은 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후에 받는 대우이지 결코 기량 발휘를 약속하고 선불로 지불될 수 있는 게 아니다.
... 저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과 비슷하다. "내가 두 배로 돌려줄테니까 일단 맡겨봐, 날 믿어" 같은.
어디까지나 노력의 정도는 전제 조건으로 두고 결과를 선택과 판단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 노력은 결과로 판단되어야 하며, 그게 경주라는 경쟁이라면 결과의 순위가 곧 기량을 포함한 노력의 총체적인 순위로 판단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에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끔 하는 건 간단한 일이다.
"메달권 밖으로는 전부 차를 몰수할테니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라고 말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좋든 싫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뭐──, 결과를 보고 실제로 차를 뺏든 한 번 더 기회를 주든 그건 선수를 고용하고 차를 제공한 쪽의 선택의 영역이다.
PS
어떤 논리 회로를 돌리면 저런 발상이 나올 수 있을까, 고민해봤더니 한 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스스로를 지나칠 정도로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
그것 말고는 딱히 없어 보인다. 안전벨트가 없어서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안전벨트를 준다면 다음에는 자동차를 이야기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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