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문] - Humanities/독후감5 집 떠난 뒤 맑음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는 이제 곧 지나쳐 가 버린다. 지나쳐 가 버려서, 아마도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과 사물과 장소를, 싫어하게 되기란 어렵다. ** 집 떠난 뒤 맑음 (하) 254p.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그것도 무려 상하권으로 2권 분량의 소설이 발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거의 감격스러운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별 기대없이 갔던 서점이었다. 최근에는 매번, 그렇게 기대없이, 그러나 혹시 모르는 한 가닥 근거 없는 희말 때문에 종종 들르는 서점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마주쳤을 때는 굉장히 기뻤다. 집 떠난 뒤 맑음. 17살 이츠카와 14살 레이나는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 한 통의 편지만 남겨두고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위함한 일이지만, 미국이라.. 2021. 7. 28. 플라톤 「향연」 향연 : 플라톤(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 저자 : 강철웅 - 출판 : 아카넷 - 발매 : 2020.02.28 읽을만한 신작이 가뭄인 탓에 이번에도 고전을 읽었다. 이번에는 매번 리스트에만 올려놓고 읽지 못하고 있었던 플라톤의 . 플라톤의 은 비극 경연에서 첫 우승한 아가톤의 집에서 벌어진 향연에서의 대화를 기록해놓은 것으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에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아폴로도로스라는 인물이 내용을 들려주는 식으로 시작하는데, 인물들의 동선과 시점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살짝 집중력이 떨어지면 금방 화자를 놓치게 되서 뒤로 돌아와야 했었다. 이 부분은 읽는 내내 상당히 피곤했다. 아무튼, 본론의 시작은 본격적인 향연의 행사 시작에 앞서, 파우사니아스가 전날 과음을 핑.. 2021. 7. 9. 죄와 벌 죄와 벌 "알아 소냐?" 그는 갑자기 어떤 감정에 휩싸여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 만일 내가 배가 고팠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도끼로 죽였다면," 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수수께끼라도 풀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 행복할 거야! 이것 만은 알아 줘!"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 죄와 벌. 읽을 만한 신작이 없어 고전으로 넘어가, 어째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라스꼴리니코프의 이야기가 떠올라, 그의 방황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라스꼴리니코프라는 한 젊은 청년이 본인의 사상에 심취해 있을 때 마침 술취한 장교와의 설전이 방아쇠가 되어 도끼로 전당포의 노파와 그 .. 2020. 3. 2.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억하기로는 이게 두 번째 재독인 것 같은데, 이번 출장 이후 자가격리 기간을 갖는 중 시간의 대부분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다.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걷어내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펼 수 있는 게 얼마만인지. 계속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미뤄놨던 독서와 블로그 관리, 그 밖에 할 일들을 마침 처리할 수 있어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은 여기까지하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어느 연령층에서든 필독서 목록에 항상 오르는 책으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타인의 사색에 대해 같이 대입해서 고민해보는 경험은 아무 책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색을 적어놓은 책은 많지만 보통은 읽다보면 점점 쓸데없는 넋두리 정도로 여겨지게 되는데, 아우렐리우스의 명.. 2020. 2. 27. 여자들의 등산일기 "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 속에 떠오른다. 자기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봐야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 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고백이라는 작품 이후로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여름, 더위를 피해 무작정 백화점으로 들어가 지하의 서점을 둘러보던 중에 발견한 그녀의 신작 소설, 여자들의 등산 일기. 고백이라는 작품의 임팩트가 강해서였을까, .. 2019. 7. 15. 이전 1 다음